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 달서구갑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5일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지난 2일 대구 중·남구 후보로 확정되면서 두 명의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 의원이 국회에 입성할 전망이다. 2017년 이후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치며 힘겹게 탄핵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던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대구 달서구갑에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유 변호사를 단수 공천했다. 이 지역 현역인 초선 홍석준 의원은 컷오프됐다. 공관위는 “논의를 굉장히 많이 하느라 늦게 발표했다”며 “(유 변호사 공천은) 정무적으로 판단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는 시스템 공천 범위 내에 있다”며 “신청한 후보 중 유 변호사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1·2등 점수 차이도 단수 의결할 만큼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선 박 전 대통령을 각별히 챙겼던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유 변호사 공천은 예견된 일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약 석 달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났다.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생일엔 직접 축하 전화를 걸었고,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생가도 방문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챙긴 공천인 데다 지지층 결집 등을 위해서도 공천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 변호사도 이달 2일 대구 중·남구 경선에서 현역 임병헌 의원을 꺾고 공천을 확정지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계속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 혐의의 핵심 증거였던 ‘최순실 태블릿PC’의 조작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경북 경산에선 박근혜 정부 각료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최 전 부총리 캠프 개소식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묘한 광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