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9개월 일하고 육아휴직 신청했더니…"야! 그냥 퇴사해"

입력 2024-02-20 21:39
수정 2024-02-20 22:15

한 카페에서 9개월 근무한 여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대표에게 욕설을 들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임산부인 A씨는 9개월간 근무한 카페 대표 부부와 면담을 하며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 남편 B씨는 "왜 그런 걸 하는 거야 우리한테. 그냥 퇴사하라니까! 권고사직 해줄 테니까 그냥 퇴직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야! XXX야. 여기가 무슨 대기업이야 이 XXX아? 야, 적자나 죽겠는데 이 XXX아! 니 남편 오라 그래 XXX아!"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놀란 A씨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후 A씨는 카페에 출근하지 않았고, 카페 측으로부터 '귀하는 1월 17일 이후로 무단결근 중이므로 금일까지 연락이 없을 시 퇴사 처리함을 알려드린다. 연락 바란다'는 해고 통보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이 폭언을 사과하면서도 "4대 보험도 있고 연차·월차도 줘야 한다. 거기다가 퇴직금이 10개월 (근무)이면 안 줘도 되는데"라며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과 노동청 조사가 시작되자, 결국 카페 측은 A 씨의 육아휴직을 승인했다. 근로기준법상 해당 사업장에 6개월 이상 근무한 자라면 육아 휴직 사용이 가능하다. 사업자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되고, 육아 휴직 기간에는 휴직 대상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관련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누리꾼들은 카페 대표의 언행이 부적절했지만 상황은 이해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의 열악한 경영 환경에서 1년도 근무하지 않은 직원의 육아휴직을 챙겨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제 카페에서 기혼 여성은 절대 안 뽑겠다", "아르바이트생이 9개월 일하고 육아휴직을 낸다면 누가 고용하겠냐", "폭언은 심했지만 사장이 억울한 상황이다. 저건 퇴사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