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등 다른 국가도 응답률이 떨어지자 일부 통계 발표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한국은행 런던사무소가 최근 내놓은 현지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은 작년 10월부터 고용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취업시간대별, 고용형태별, 성별, 산업별 취업자 등 세부 통계는 발표하지 않고 전체 실업률, 고용률, 경제활동 참가율만 ‘실험적 통계’ 형식으로 공개했다. 영국 국세청의 급여소득 자료와 실업급여 통계를 통해 보완한 자료라는 점을 명시하고, ‘국가통계 인증’ 표시는 삭제했다.
영국 통계청이 물가와 통화정책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고용통계 발표를 중단한 것은 고용조사의 응답률이 급전직하해서다. 2014년 50% 안팎이던 영국의 고용조사 응답률은 2020년 팬데믹을 겪은 후 3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말에는 14.6%로 하락했다. 거절의 유형도 더 명확해졌다. 과거엔 집에 없거나 상황이 여의찮아 ‘어쩔 수 없이’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응답 자체를 거절하거나 표본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강력한 거부가 많아졌다.
영국 통계청은 작년 10월 이후 무응답자에 대한 재접촉 절차를 마련하고, 응답자 보상을 강화하는 등 고용통계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고용통계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