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가장 큰 고심거리는 주력 사업에서 애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매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매출 기준 평균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애플 실적에 따라 LG이노텍의 주가도 함께 출렁인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 공급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3차원(3D) 센싱모듈 부문에서 LG이노텍의 공급 비중을 매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이노텍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애플 내 3D 센싱모듈 공급 비중이 5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 60% 이상을 점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3D 센싱모듈은 얼굴, 사물 등의 이미지를 정밀하게 인식하기 위한 부품이다. 카메라 모듈과 함께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주력 제품이다. 카메라 모듈 부문의 애플 공급률은 여전히 높다. 올해 애플 내 비중은 약 70%로, 2022년(65%)과 비슷한 수준이다.
3D 센싱모듈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20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3D 센싱모듈 부문에서 약 4조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매출 대부분이 애플의 아이폰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은 애플이 최근 선보인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에 3D 센싱 제품을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애플이 LG이노텍의 3D 센싱 점유율을 줄이는 건 공급처 다변화 차원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3D 센싱 부품은 2019년 LG이노텍이 처음 개발했을 때만 해도 독보적이었지만, 지금은 후발주자의 기술력이 비슷하게 올라왔다. 애플은 LG이노텍을 대신해 중국의 폭스콘 등으로 공급처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큰손’을 새롭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전장을 비롯한 자율주행, 로봇 등 신사업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도 스마트폰 성장성이 한계에 달해 실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고사양 부품 의존도를 점차 낮출 것”이라며 “LG이노텍은 신사업에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