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부실화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몰리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캐나다연금(CPP)은 2021년 7100만달러(약 944억원)를 투입해 사들인 뉴욕 맨해튼의 360파크애비뉴사우스 건물 지분 29%를 지난달 공동투자자인 보스턴프로퍼티에 1달러에 매각했다. CPP는 애초 건물 가격이 4억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2022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부동산 소유주들이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부동산조사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53.9% 폭락했다. 건물을 살 때 약 70%의 대출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건물을 팔아봐야 부채도 갚기 어렵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나 ‘주 3일 사무실 근무’ 등 부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오피스 수요도 급격히 감소했다. 임대 사무공간 수요가 줄면서 공유오피스업체인 위워크는 지난해 11월 경영난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정보기술(IT)기업을 중심으로 감원이 줄을 이으면서 오피스 수요는 더 줄어들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2년 말 18.8%이던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19.6%로 올라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고금리에 공실률까지 상승하면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트렙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86%이던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올 1월 6.3%로 치솟았다. 20조달러(약 2경6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주로 낡고 작은 건물 투자자, 소규모 펀드, 부동산개발사, 건설사들이 높아진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조7000억달러(약 3589조6500억원) 규모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여신 중 지역은행 등 중소형 회사의 대출이 80%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낡거나 작은 건물일수록 공실률이 높다”며 “낡은 건물은 친환경 설비 요건 등 각종 규제 때문에 리모델링해 용도를 전환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현일/오현우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