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정한 만큼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에 내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제재 성격의 공과금이 아니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 성격을 띤다고 봤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심준보)는 국내 저축은행 A사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매긴 세금을 돌려주라고 판단한 원심에 불복해 세무당국이 낸 항소를 최근 기각했다. 원심대로 A사가 약 73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근로자 50명 이상을 둔 사업주가 전체 근로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A사는 이에 따라 2019년 약 1억5000만원, 2020년 약 1억6000만원을 고용노동부에 냈다. 이렇게 지출한 부담금은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반영되지 않고 법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2년간 약 7300만원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대한 세금으로 나갔다.
A사는 이에 반발해 조세 불복 소송에 나섰다. A사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에서 요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는 제재 성격의 공과금이 아니다”며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처리된 현금흐름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무당국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법상 손해 금액으로 반영하지 않는 공과금”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A사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세무당국의 이 같은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전 지급의무’ 성격이 더 강하다”고 판단했다.
대형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세금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 청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