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특급 제안' 거절한 정부…"기회 걷어찼다" 과학계 분노

입력 2024-01-26 15:15
수정 2024-01-26 15:36

NASA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의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거절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과학계에 따르면 NASA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비롯해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현재 개발 중인 '아르테미스 2호'를 이용한 큐브위성 수송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큐브위성은 초소형 위성의 한 종류로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를 하나의 '유닛(U)'으로 규격화한 위성이다. 제작 비용이 비교적 저렴해 과거에는 학생 교육용으로 활용됐지만 최근 위성 성능이 개선되면서 달이나 화성 탐사에도 쓰이고 있다.

NASA는 우주비행사를 싣고 달 궤도를 도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2호에 여분의 공간이 확보되자 협력 강화를 위해 각국 기관이나 기업에 달을 탐사할 큐브위성 탑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0억원 규모 비용과 함께 큐브위성을 제작해 조달하면 이를 달에 실어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안을 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을 이유로 NASA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정부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라 추가 예산을 제안했으나 국회에서 예산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이다.

과학계에선 정부가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미온적인 자세로 좋은 기회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과학계 인사는 "이같은 기회를 놓치면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 분야 우방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가 이번 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이 NASA와 만나 아르테미스 참여 확대를 논의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 협력 계획은 나오지 못할 거란 비판도 잇따른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최근 과학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논의를 시작한 게 2017년부터였지만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2021년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한 국제협력 원칙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다. 한국은 당시 10번째 서명국으로, 현재는 33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