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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라이벌’로 불리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 격차가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그간 모건스탠리의 성장성을 견인해 왔던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이 둔화한 틈을 타 내부 정비에 힘써 온 골드만삭스가 바짝 추격해 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7일 종가 기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시총이 각각 1385억달러(약 186조원), 1274억달러(약 171조원)로 집계됐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은행 간 격차는 111억달러로, 2020년 9월 이후 가장 작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 측면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앞서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7배, 1.2배 수준이다. 통상 PBR이 낮을수록 주가 대비 기업의 순자산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된다.
2020년 한때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와의 시총 격차를 600억달러(약 80조원)까지 벌렸던 적이 있다. 당시 이 은행은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파이낸셜과 자산운용사 이튼반스를 한꺼번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실적 변동성이 큰 투자은행(IB) 사업과 트레이딩에만 집중했던 골드만삭스와의 차별화로 주가 부양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리자 현금을 포함한 유동성이 높은 금융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자산관리(WM) 부문 실적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WM 부문은 모건스탠리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한다.
지난해 4분기 모건스탠리의 WM 사업부의 매출은 66억5000만달러(약 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걸음 했다. 이 사업부의 세전이익률은 20%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후 첫 실적 콘퍼런스에서 “중기적 관점에서 3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WM 부문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가이던스(목표치)는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글로벌 IB 키프브루예트앤우즈(KBW)의 데이비드 콘래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모건스탠리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market perform·향후 6개월간 10% 이내 박스권 등락 전망)으로 하향했다. 콘래드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픽 CEO는 WM 사업부에 대한 기준을 다소 낮췄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세전이익률 30%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 투자 대상으로 골드만삭스를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간 꾸준히 모건스탠리보다 나은 실적을 거뒀지만, IB 시장 침체와 핵심 인력 유출, 핀테크 대출 플랫폼 그린스카이 매각 과정에서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주가가 게걸음을 쳤다.
‘IB 명가’로 불려 온 골드만삭스가 올해 IB 시장 회복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거란 전망이다. 미 자산운용사 GQG파트너스의 라지브 자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골드만삭스는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은행이며,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충동에 의해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의 감각)이 곧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QG파트너스는 미 은행 중에선 골드만삭스에 유일하게 투자하고 있다. 보유 주식 수는 70만주(약 2억6000만달러 상당)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