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에서 3일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란 정부가 이번 사고를 ‘테러’로 규정하면서 중동의 확전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고는 이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1076㎞가량 떨어진 케르만의 ‘순교자 묘역’에서 발생했다.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 도중 굉음과 함께 약 10분 간격으로 두 번의 폭발이 있었다. 첫 번째 폭발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묘지에서 700m 떨어진 곳, 두 번째는 1㎞ 거리에서 일어났다고 이슬람공화국통신(IRNA)은 밝혔다.
한 이란 정보당국 관계자는 “폭발물이 든 여행 가방이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기일에 맞춰 수천 명이 모인 추모식이었던 만큼 인명 피해 규모가 컸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로 최소 100여 명이 사망하고, 171명이 부상 당했다고 보도했다. 폭발 이후 대피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당국은 이번 사태를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작전 담당 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이었던 솔레이마니는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나오다가 미국 드론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심복이자 2인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의 사망 이후 이란과 미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이자 솔레이마니의 측근인 세예드 라지 무사비 준장도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무사비 준장의 사망 소식에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도 솔레이마니의 암살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