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빚투'…테마주로 달려갔다

입력 2023-12-24 18:25
수정 2024-01-02 16:37

연말 증시가 꿈틀대자 ‘빚투’(빚 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를 억누르던 고금리 부담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완화 등 증시 부양책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어서다. 일부 공모주와 테마주에서는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17조5217억원으로 지난달 초 16조5767억원에서 두 달여 만에 1조원가량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돈을 말한다.

올해 초 16조원 안팎을 오가던 신용융자 잔액은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 2차전지 투자 열풍 등이 불면서 9월 초 20조원대로 불어났다. 이후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증시가 조정받자 빠르게 줄어들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중반 하루 평균 5000억원 수준이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10월 중순부터 다시 가파르게 늘어 현재 9000억~1조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주식 결제 후 3거래일 이내에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대신 지급한 돈을 의미한다.

주식투자 대기 자금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8624억원으로 지난달 초 46조119억원에서 약 6조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긴축 완화 기조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에 위험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 등 시장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일부 공모주와 테마주는 내재 가치 이상으로 과열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극단적인 과열권에 진입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2600선 이상에서는 단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