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기밀 中에 유출' 삼성 직원, 수백억대 리베이트 정황 포착

입력 2023-12-15 09:48
수정 2024-09-03 09:43

삼성전자의 18나노급 D램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삼성전자 직원 등이 수백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과 공모해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공범 1명도 추가 구속기소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관계사인 반도체 설비업체 전 직원 방모 씨가 수백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신생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에 삼성전자의 18나노급 D램 핵심 기술을 넘긴 혐의(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6년 김씨가 삼성전자를 퇴사한 뒤 중국 업체로 이직하면서 반도체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가 반도체 공정을 넘겨주는 대가로 중국 업체로부터 받은 계약 연봉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18나노급 D램 공정과 반도체 증착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은 PC와 서버·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다. 연산처리, 메모리 저장 등 고성능 전자기기의 중요한 부품중 하나다. 증착 기술은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 표면에 1마이크로미터 미만 두께의 얇은 막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하는 기술이다. 반도체를 얼마나 소형화할 수 있느냐를 결정내는 기술로 휴대폰 뿐만 아니라 갤럭시 워치 등 소형 전자기기에 활용되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중국에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2020년부터 중국에선 유일하게 D램을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5세대 초저전력 D램을 개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해 금액이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나노급 D램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이 넘어가면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며 “창신 메모리가 동종 D램 공급을 확대하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전자 하청업체 출신 등 인력 수십 명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8대 공정 등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해 지난 5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와 방 씨 등이 중국에 머물고 있어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들이 지난 10월 국내로 귀국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김 씨와 방 씨에 대해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권용훈/김익환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