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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는 먹구름이 드리웠고 풍력에는 퍼펙트스톰이 불어닥쳤다.”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업계에 대한 분석가와 투자자의 평가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사업 개발 비용이 급등한 데다 수년째 지연되는 인허가 절차가 이 비용을 더욱 가파르게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제정해 뒤늦게 자국의 클린테크 육성에 나섰지만 사업의 불확실성만 더욱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성장하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손절매에 울상
미국 청정에너지 기업 AES의 안드레스 글루스키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후변화 위기의 규모를 고려할 때 탄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역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며 “투자자들의 신재생에너지 ‘손절’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ES는 신재생에너지로 친환경 전력을 생산해 아마존, 구글 등에 판매하는 기업이다. AES 주가는 올 들어 거의 40% 하락했다.
이는 AES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석연료 기업 위주인 S&P500에너지지수가 올해 1% 미만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동안 100대 청정에너지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는 32% 가까이 고꾸라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고금리와 공급망 병목, 인허가 지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신재생에너지는 사업 초기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고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일 치솟는 물가도 발목을 잡았다. 풍력 터빈(블레이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원재료인 철강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50% 올랐다.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터빈 크기를 키우고 소재 개발에 나선 제조사들의 노력은 고스란히 비용 증가와 생산 지연으로 이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승인을 얻는 데만 평균 5년이 걸리는 등 늘어지는 인허가 절차는 이들의 사업 비용을 더욱 늘리고 있다. 커지는 중국 딜레마신재생에너지업계는 2010년과 2020년 사이 초저금리 호황 속에서 기술 개발 등을 토대로 균등화발전비용(LCOE·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합산해 산출한 발전단가)을 대폭 낮췄다. 이 기간 태양광, 육상풍력, 해상풍력의 LCOE는 각각 87%, 64%, 55% 하락했다. 그러나 블룸버그NEF 추정에 따르면 해상풍력 LCOE는 지난 2년 새 50%가량 올랐다. 그동안 발전단가를 대폭 낮춘 업계의 노력이 고물가와 긴축(금리 인상) 등으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중국 딜레마’도 업계의 불확실성을 부추겼다. 이들 정부는 사업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 등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국의 가치사슬을 키우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이미 막강해진 중국산 부품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엔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산 부품이 없으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反)인권을 문제 삼아 신장위구르에서 생산된 태양광 부품들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건 이후 공급망 차질이 더욱 심해진 게 ‘신재생에너지업계의 중국 의존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올해 7월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공급망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업계 간 동상이몽도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 등을 이유로 개발 프로젝트가 속속 취소됨에 따라 공급망 투자가 보류되면서다.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인 베스타스 관계자는 “확실한 수요처가 돼줄 사업들이 취소되고 있어 (미국 설비 투자를) 관망 중”이라고 경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