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을 마신 지인이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모텔이 있는 층수 버튼을 누른 것을 빌미로 성추행을 문제 삼아 협박한 4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창원지법 형사3단독(양철순 판사)은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대학교수인 B씨가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모텔 층수 버튼을 누른 것을 계기로 B씨에게 사업 편의 및 이권 등을 요구하는 등 여러 번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B씨가 단장인 사업단에서 발주한 사업에 A씨가 입찰하면서 알게 돼 친구 사이로 지내왔다. 사건 당일에도 수의계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술집에서 나와 상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탔고, B씨가 해당 건물 안 모텔 층수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함께 모텔이 있는 층까지 올라가게 됐고, 이에 A씨는 화를 내고 헤어졌다.
이후 A씨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잘못 눌렀건, 어찌 되었건 간에 이거 성추행이다. 여성단체에 알리겠다. 너희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알리겠다"라며 "이 사건이 얼마나 큰지 여성회에 좀 알아보려 한다. 나는 여성회 회장도 아는 사이다"라고 B씨를 협박했다.
A씨는 그 후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로 B씨에게 겁을 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협박의 고의가 없었고 B씨의 부적절한 행동에 항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심사위원회 가동하는 방법이 있고 나한테 미리 준비하라고 던져주는 방법도 있지'라고 하거나, '나한테 최소한 어떻게 보상해줄지 아무 대책을 안 들고 왔네. 예를 들어 가로등이면 가로등 업체 섭외하면 되고' 등의 발언을 한 맥락에 비춰 B씨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편의나 이권을 요구하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B씨가 진지하게 사과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B씨 입장에서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B씨의 부적절한 언행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A씨 발언으로 B씨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범행 동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