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자 은행을 중심으로 한 ELS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각 투자자의 ELS 등 파생상품 투자 전력이 있는지 등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은행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증권사 일곱 곳에 대해 서면검사를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신한투자, 키움증권 등이다.
이에 비해 금감원은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에 대해선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 중에서도 현장조사를 받는 곳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은행에 대해 현장조사를 우선 집중하는 이유는 불완전판매 점검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장조사를 통해 가입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각사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통해 ELS를 주로 판매한다. 이에 비해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판매한 ELS를 담아 신탁(ELT) 상품으로 판다. ‘직판 채널’을 낼 수 없다 보니 창구를 통한 대면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판매 과정에서 과장된 설명이나 사실 호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이 은행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하면 투자자는 상품에 투자한 원금 전액이나 일부를 돌려받을 수도 있다. 2021년 라임무역금융펀드(100% 환불),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투자 손실의 80% 배상) 등 선례가 있어서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일부는 온라인 모임을 조성해 불완전판매 피해 민원 제기를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수형 ELS는 한 번도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는 등 과장된 설명을 들었거나, ELS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 유형이 나오도록 창구 직원 등이 불러주는 대로 투자자 유형 정보를 입력했다고 주장한다.
당국 안팎에선 ELS를 비롯한 파생상품 투자 경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ELS에 투자해본 이들은 수익·손실 구조를 알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ELS 가입자 대부분이 과거 ELS에 가입해 수익을 낸 기경험 투자자”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홍콩H지수 ELS의 손실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재 시장에 풀린 홍콩H지수 ELS 대부분은 2021년에 발행됐다. 이 시기 H지수 평균 수치는 10044포인트였다. 반면 이날 H지수는 5960선 초반에서 횡보했다.
선한결/김보형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