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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가 나트륨으로 만든 2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장악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유럽의 입지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의 피터 칼슨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대폭 올리는 데 성공해 중동,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 설립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갈 배터리를 상용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첫 샘플을 인도할 예정"라고 덧붙였다. 칼슨은 테슬라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2016년 노스볼트를 설립했다. 현재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등이 노스볼트의 핵심 투자사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나트륨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전지다. 소금이라는 원재료가 풍부해 생산 단가가 낮고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리튬 전지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들의 가격 변동성이나 중국 의존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로 꼽혀 왔다. 밀도가 낮은 만큼 배터리의 크기가 커야 해서 공간이 작은 전기차용으로 쓰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에너지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최고 출력은 1㎏당 180킬로와트시(kWh)이고, 전기차용은 최대 300kWh에 달한다. 노스볼트가 이번에 개발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출력은 160kWh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리튬 전지에 필적할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 비결로는 남색 연료인 '프러시안 블루'를 활용한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니켈, 코발트, 망간 등 금속이 포함된 산화물을 사용하는 CATL 등 중국 경쟁사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칼슨은 "에너지저장장치용 나트륨 이온 배터리 주문량은 앞으로 10년 안에 노스볼트의 전기차용 배터리 주문 규모(550억달러)를 가뿐히 압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리튬 전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스볼트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기업가치 200억달러 수준으로 상장(IPO)을 계획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