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신흥국 주식팀장(사진)은 13일 “중국 경기는 3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2분기까지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전자, 화학 등 제조업 선두 업체들과 내구재와 전자상거래 등 소비주 투자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팀장은 이날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를 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7대 3으로 하면서 중국에서 알파(시장 초과) 수익을 찾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베이징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의 ‘중국통’으로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언론사가 뽑는 베스트애널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팀장은 오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결과도 낙관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포괄적인 영역에서 임시 휴전을 하려는 것 같다”며 “기술 제재나 관세 장벽 제거와 같은 가시적인 조치보다는 인적 교류와 수출입 활성화를 증진한다는 등의 포괄적인 양국 합의서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미·중 직항 노선이 주 40회에서 주 75회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예로 들며 “이미 양국 인적 교류 재개는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정부는 현재 인플레이션과 대통령 지지율 등 상황을 고려할 때 필요 이상으로 중국 수입을 추가로 줄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또 “(소비 여력이 있는)중국 기성세대들은 양국 정상이 사진을 찍고 악수하는 제스쳐만 보여줘도 그동안 위축돼 있던 중국 내 소비 심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정상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선 “이제 양국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겠다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미·중 관계 개선과 함께 중국 중앙정부 재정정책과 부동산 경기 연착률 등 3가지가 내년 중국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았다.
김 팀장은 “그동안 재정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중앙정부가 지난 10월 1조위안(184조원) 규모 특별국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레버리징(부채 증가)을 재개하는 변곡점이”이라며 “향후 6개월간 통화정책, 부동산 부양책, 증시 부양책이 매칭해 나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해선 “지난 20년 동안 지방정부와 디벨로퍼가 유착하며 키워온 부동산 거품을 중앙정부가 지난 4년간 이를 악물고 잡았다”며 “내년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연착륙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 팀장은 ‘3개월 전과 비교해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바뀐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있는데 현재 여기서 또 지하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가 턴어라운드될 경우 한국의 수혜 종목’ 묻는 말엔 허공을 쳐다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반도체와 같은 테크(기술) 기업 정도에 한정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조선 등 한국의 간판 업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 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 경제 활성화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오히려 알리익스프레스처럼 대규모 시장과 세금 혜택 등을 기반으로 커온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산품, 의류 등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서서히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이커머스 수출 규모는 총 12조3000억원 위안으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섰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