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생각이란 고양이에게 수영(swimming)이 주는 의미와 같다. 할 수는 있지만 굳이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한 말이다. 인간은 합리적이지만 항상 합리적이진 않다. 깊이 생각하는 건 머리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 틈을 노린다. 물건을 파는 장사꾼도 그중 하나다.
<선택한다는 착각>은 장사꾼이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행동과학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 리처드 쇼튼은 22년 경력의 마케팅 전문가다. 구글 메타 브루독 바클레이 같은 회사가 행동과학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가 이 책의 장점이다. 행동과학이라면 이제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내용이 많다.
고객에게 제시하는 선택지 수를 줄여보면 어떨까. 마트 시식 코너에서 여섯 가지 잼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지나가던 242명 중 60%가 멈춰 시식했다. 24가지로 늘렸을 땐 260명 중 40%가 발걸음을 멈췄다. 구매율도 달랐다. 잼이 여섯 종류일 땐 시식한 사람의 12%가 사 갔다. 24종류일 땐 1.7%에 그쳤다.
반대로 ‘어렵게 하기’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밀스는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 제품을 출시했다. 믹스를 물에 붓고 저은 다음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됐다. 판매량은 실망스러웠다. 한 가지 절차를 추가했다. 이젠 믹스에 계란을 넣어야 했다. 더 잘 팔렸다. 약간의 수고로움을 더하는 단순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이 정도면 괜찮은 음식을 만들었다는 기분을 선사했다.
애플은 이를 아이폰 포장에 활용했다. 몇 번의 과정을 거쳐 개봉하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 와인 코르크 마개를 따는 것도 마찬가지다. 레스토랑에서 주방을 보여주는 것은 음식에 ‘노력’이 더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다. 심지어 사람은 글꼴에도 영향을 받는다. 간편한 조리법을 강조하고 싶다면 읽기 쉬운 서체가 좋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면 영어 필기체와 같은 읽기 어려운 서체가 도움이 된다. 읽기 어려운 서체로 소개한 음식은 만들기도 어려워 그만큼 큰 노력이 들어갔다는 인상을 준다고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