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의 임금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를 활용해 노사 간 임금 협상력을 증가시켜 정규직 임금이 따라 오르는 현상을 입증한 ‘최저임금과 정규직 임금의 동행성’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루카스의 모형을 기반으로 최저임금과 노조 협상력을 반영한 ‘동태일반균형모형’법을 적용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될 때 정규직 노조 협상력(노조 조직률)이 12.9% 증가하면서 정규직 임금이 12.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률(10.9%)이 떨어진 2019년엔 노조 협상력이 5.9%로 감소했으며 임금인상률도 4.7%로 줄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산성과 관계없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되는 것으로, 경영성과나 근로자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는 정규직 근로자 임금과는 무관하다”며 “그런데도 최저임금과 정규직 임금이 동행성을 보이는 이유는 정규직 노조가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의 상황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통계청의 2018년 영리법인 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기업당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3%, 8.0%, 17.4% 감소했다. 라 원장은 “당시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 정규직 근로자의 명목 임금은 오히려 1.8% 이상 인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임금 상승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고 분석했다. 2018년의 경우 총실질소비, 실질국내총생산(GDP), 총일자리, 실질설비투자가 각각 1.27%(14조2000억원), 0.40%(7조원), 1.77%(35만6000개), 0.39%(6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