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국내 변호사가 1000명을 넘어섰다. 1973년 설립 이후 50년 만이다.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다른 대형 로펌도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며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규모가 한정된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덩치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범 50년 만에 1000명 고지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김앤장의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변호사는 1020명으로 국내 로펌업계 최초로 10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4월 900명대에 진입한 지 1년3개월 만에 변호사를 100명 이상 더 늘렸다.
김앤장은 김영무 변호사가 1973년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와 함께 설립했다. 초창기부터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올 들어서도 이호재 전 서울고법 판사, 박성준 전 부산고법 판사, 정선균 전 대법원 재판연구원 등을 영입하며 우수 인력 확보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김앤장은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을 앞세워 오랫동안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을 추격 중인 다른 로펌들도 변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장이 565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다. 이어 △세종(519명) △태평양(497명) △율촌(433명) △화우(320명)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 국내 6대 로펌의 변호사는 총 3354명으로 2018년 말(2527명) 이후 32.7% 증가했다. 생존 위한 스카우트 전쟁로펌들의 대형화 움직임은 생존 전략과 맞물린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일감은 정해져 있는데 1400여 개 법무법인(사무소 포함)이 일거리를 놓고 다퉈야 한다.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는 수년간 6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분야별로 더 큰 조직을 갖추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보유했다는 평판이 있어야 경쟁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문 조직을 늘리는 흐름도 인력 확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로펌들은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확산, 금리 상승,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6대 로펌의 매출 증가율은 4.5%로 2021년(10.1%)보다 크게 떨어졌다. 로펌들은 돌파구를 확보하기 위해 토큰증권, 인공지능(AI), 플랫폼, 모빌리티 등 새로 태동한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을 줄줄이 꾸리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신사업에서 활약할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며 “지금처럼 변호사 한 사람당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 흐름이 계속되는 한 이 같은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화가 생존의 필수가 되자 중견 로펌들도 연이어 살림을 합치며 ‘벌크업’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클라스와 한결은 최근 합병 작업을 마치고 통합 법인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로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중견 로펌 합병은 2008년 지평과 지성(현 지평), 대륙과 아주(현 대륙아주) 후 15년 만이다. 클라스한결은 이번 합병으로 약 140명의 변호사를 둔 국내 10위권 로펌으로 도약했다.
린과 LKB파트너스도 합병 작업에 한창이다. 두 로펌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말 합병이 마무리되면 변호사 200여 명을 둔 종합 로펌이 탄생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