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멋대로 서비스 제한…고객 불리한 약관 '수두룩'

입력 2023-09-07 18:18
수정 2023-09-08 01:51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객에게 불리한 은행 약관을 대거 적발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고객 신용정보를 개별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게 규정한 조항 등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제·개정된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금융거래 약관 1391개를 심사한 결과 불공정 약관 20개 유형 129개 조항(은행 113개, 저축은행 16개)을 적발해 금융위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관련 법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저축은행으로부터 신고·보고받은 제·개정 약관을 공정위에 통보해야 하고, 공정위가 시정을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기타 앱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고 약관에 기재하고 ‘고객이 수수료를 연체하면 별도 통보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서비스 제한·변경)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시정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계약 때는 대출 약정일 금리만 안내하고 대출 실행일에 실제 적용될 대출이자율의 개별 통지를 생략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있었다. 이용자 정보를 ‘관련 약관 등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고 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했다. 체크카드 회원약관에 ‘서비스 내용은 금융회사 등과 저축은행의 사정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규정한 저축은행도 있었다.

공정위는 “고객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개별 통지해야 한다”며 “약관 등에 따라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광범위하게 개인·기업 정보를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