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지난 3월 제3자 변제라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뒤 반년 만에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돼 한·일 정상이 교차 방문하는 등 반년간 뚜렷한 관계 개선 흐름을 보였다. 이는 한·미·일 첫 별도 정상회의가 열리는 밑거름이 됐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합동 훈련 추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복원 등 성과도 있다.
파국 직전까지 몰렸던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를 탄 데는 정치 부담을 감수한 윤석열 대통령의 승부수가 있었다. 신(新)을사늑약 등 온갖 윽박에도 제3자 배상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릎 꿇으라고 할 수 없다”는 말로 호된 반일 역풍도 감수해야 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는 언급 않고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고 해 일본 언론들로부터 이례적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도 ‘과학’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조선총독부’라는 어이없는 모욕을 들어야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한·일·중’이란 표현은 가치연대 파트너로서 일본의 중요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유감스럽게도 이에 걸맞은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마음 아프다’라고 했지만, 개인적 소회라고 선을 그은 것부터 그렇다. 교과서 왜곡, 시도 때도 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우리 국민의 반일 정서에 부채질하고 있다. 100년 전 간토 대지진 한국인 학살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원한다면 더 이상 국내 정치에 갇혀 한국의 호의에 ‘무임승차’하지 말고 좀 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