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 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마지막 투자금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내용의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제도 세부 사항을 담은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2일까지 42일 동안 입법 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기업 경영진에게 주식 1주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창업자가 외부 투자로 지분율이 크게 떨어져도 회사 경영권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제도다. 이를 법제화한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올해 11월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조건을 담은 시행령을 중기부가 공개한 것이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복수의결권 발행 조건은 창업 후 총투자금 100억원 이상과 마지막 투자금 50억원 이상이다. 관련 요건 산정 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투자는 합산하지 않는다. 대기업 관련 회사의 복수의결권 발행은 원천적으로 막는다. 현재 대기업 총수(동일인)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더라도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중기부는 이런 기업에도 복수의결권 발행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주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발행 후 1개월 내 중기부에도 보고해야 한다.
업계에선 정부가 정한 복수의결권 발행 조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이면 보통 창업 3~7년차의 시리즈B 단계 이상 기업이다. 성장 기반을 다진 스타트업만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종에 따라 투자금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기 투자금을 많이 확보하는 제조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에도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해 벤처캐피털(VC)이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액 조건 자체가 복수의결권 제도 운영을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주완/김종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