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폭주에 '역대 2번째' 이슈 등극…'잼버리'가 남긴 숙제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3-08-12 17:40
수정 2023-08-12 17:41

얼마나 위력이 셀지 그 파급력이 걱정됐던 태풍 '카눈'보다도 뜨거웠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논란 얘기다.

이번 논란 전까지만 해도 잼버리(jamboree)는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가장 검색량이 많을 때를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검색량을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 잼버리에 대한 8월 검색량은 90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5년 7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고치고,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직 8월은 절반 이상이 남았기 때문에 해당 지표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이 얼마나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5년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잼버리 행사가 열렸는데, 당시 감전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폭염으로 300여명이 넘는 참가자 등이 병원 치료를 받는 일에 논란이 일었다. 새만금 잼버리는 이때와 준하는 정도의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안은 워싱턴포스트, CNN,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한국 지표만 따로 살펴보면, 잼버리 검색량은 이달 10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수치와 비교하면 잼버리에 대한 과거 검색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당수가 "이번 논란 전에는 잼버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잼버리'에 대한 언급량은 8월 1주차에 56만1233건, 2주차엔 51만8019건으로 집계됐다. 2주간 관련 언급량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100만건을 넘어선 것이다.

이주 '태풍'에 대한 소셜 언급량은 53만5022건으로 2주차 언급량은 잼버리보다 많았으나, 전주까지만 하더라도 태풍 언급량이 4만건을 안 넘었다. 2주 치 통계로 보면 잼버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지속적이고, 태풍보다 뜨거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첫째도 둘째도 '시스템'처음에 잼버리 논란은 '부실 준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누가 준비를 잘못한 것이냐면서 책임 공방이 이뤄지면서, 컨트롤타워 부재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이번 세계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5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성공하면 자기 덕이라고 하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탓하기 좋은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주에는 비난이 공무원들을 향했다. 이주 구글 트렌드에서 잼버리 관련 급상승 검색어 1위는 '잼버리 해외 출장'이었다. 전라북도와 부안군, 새만금 개발청, 여가부 등 관련 기관에서 공무원들이 99번에 걸쳐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공무원들이 출장 보고서를 올리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9월 이후 전북도가 55회로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 횟수가 가장 많았고, 부안군이 25회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두 곳 모두 잼버리 부실 논란 책임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기관들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이 '크루즈 여행'이나 영국 런던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러 다녀오는 등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번 잼버리 부실 책임이 있는 이들이 "준비는 똑바로 안 하고 놀러갔다 온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구를 빌미로 혈세를 공무원 해외여행에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공무원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왔더라면 해외 출장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모든 공무원이 그렇게 출장을 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시스템이 한층 보완되어 공무원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잼버리)예산에 빨대를 꽂아 부당이득을 챙긴 세력은 없었는지 그 전말을 소상히 파악하도록 하여, 이런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엑스포 유치 코앞에 두고 정치권 공방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권도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고, 해외에서도 보는 눈이 많을 때 서로 책임 추궁보다는 정부와 여야가 함께 사태 수습을 위해 손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할이 그러하긴 하지만 사태 수습에 신경 쓴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오르고, 당정의 책임론을 부각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소폭 낮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의 8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각각 2%포인트와 4%포인트 올랐고 민주당 지지율은 1%포인트 내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관련 설화가 있긴 했으나, 구글 트렌드 상 8월부터 최근까지 잼버리 논란 검색량이 48일 때 '김은경'과 '이화영' 검색량이 각각 10과 0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여론에 잼버리 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잼버리 사태 수습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공방에 안타까운 시선도 나온다. 정치적 공방에 쓸 시간을 사태 수습에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미국과 영국 스카우트들이 잼버리 캠프장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엑스포, 월드컵, 올림픽 3개 행사를 모두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2030 부산 엑스포 개최국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부산 엑스포는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총력전을 펼칠 정도로 우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