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쟁력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작년 13위로 추락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1조6733억달러(시장환율 적용)로, 미국(25조4627억달러), 중국(17조8760억달러), 일본(4조2256억달러), 독일(4조752억달러), 영국(3조798억달러), 호주(1조7023억달러) 등에 이어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2020~2021년 10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이 총재는 작년 순위에 대해서는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적 순위 변화"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의존국인 한국의 환율이 크게 절하되면서 달러로 표시된 GDP 순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순위가 오른 러시아와 호주, 브라질은 모두 에너지 생산국"이라며 "향후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큰 요인이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순위 변동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어 구조개혁 문제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걱정인 것은 환율이 아니라 중장기적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라며 "구조개혁을 미뤘기 때문에 경쟁력이 많이 둔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규모 순위도 불가피하게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진단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정해진 미래'로 여기는 시각을 경계했다. '정해진 미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구 적응 차원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출산율 반등보다 저출산 상태에 맞춘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저출산 트렌드는 정해진 미래라기보다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구조개혁에 관해 언급한 것은 지난 5월말 이후 두번째다. 이 총재는 당시 '장기 저성장 우려'에 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작심한듯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며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개혁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도 내놨다.
다만 지난 금통위 때 발언을 의식한듯 이날에는 "지난번에 많이 말씀을 드린 것으로 대신하겠다"며 말을 줄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