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지원받은 20억원으로 골프장을 짓기로 해 눈총을 샀다. 인근에 골프장이 두 곳 있는데도 추가로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다.
부산의 한 기초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받은 35억원 중 일부를 분수광장 조성에 쓰기로 했다. 분수광장은 이 지자체장의 공약 사업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인구 감소 지역에 집중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마련한 재원이다.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이 인구 감소 지역에 투입된다. 하지만 지방소멸대응기금 중 상당액은 지자체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 ‘쌈짓돈’처럼 운영하거나 인구 감소와는 무관한 사업에 쓰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이 나눠먹기식으로 기금을 쪼개가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효과 미미한 지역 투자
정부가 12일 민간 참여를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배경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에 쏟아부은 돈은 지난해 330조원에 달했다. 2018년(239조원) 대비 38.1% 급증했다. 그런데도 지방은 여전히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2019년부터는 수도권 인구가 지방(비수도권) 인구를 넘었고, 2021년 기준 82개 군(郡) 단위 지역 중 85.3%(70곳)가 인구감소 지역이나 인구감소 위기가 큰 관심지역으로 분류됐다. 비수도권 도(道) 지역 초등학교 중 41%는 학생이 60명 이하(학년당 10명 이하)다. 전교생이 60명 이하면 폐교 또는 통폐합 검토·권고 대상이다.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지방 거점 도시마저 쇠락하고 있다. 울산이 대표적이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인구가 3만7000명 순유출됐다. 유출 인구 중 20대가 42.5%에 달했다.
매출 상위 1000대 기업의 74.3%(2020년 기준)와 설립 3년 미만 벤처기업 중 70.7%(2022년 기준)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투자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역 형평성을 고려한 나눠먹기식 자원 배분으로 단발성·소규모 사업이 빈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보다 중앙정부, 시장보다 관(官) 주도로 지역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정부는 공공 재정으로 지역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출자를 더해 사업성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역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재정과 지방소멸대응기금, 공공금융기관 출자 등을 통해 펀드를 조성한다. 이후 민간과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고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해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 정부는 펀드를 통해 개별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여기에 사업성 등을 감안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더해 지역 투자 사업을 대형화할 방침이다. 톱다운 방식의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고 보조나 지자체 자체 재원만으론 어려웠던 대규모 스마트팜, 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복합 관광리조트 등 대형 사업의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