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간 서울 명동 인근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 서울백병원(사진)이 다음달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은 다음달 31일 외래와 입원, 응급실 등의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폐원을 의결한 인제학원 이사회는 내부 논의 등을 거쳐 마지막 진료일을 결정했다.
입원 중인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외래와 입원, 예약 환자 등에겐 전화나 문자를 통해 진료 종료일과 각종 서류 발급을 안내한다. 수련 중인 인턴들은 면담을 거쳐 전국 네 곳의 인제대 산하 형제 백병원(부산·상계·일산·해운대)이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한다. 기업과 맺은 건강검진, 임상연구 계약 업무 등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한 서울백병원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주변 상주인구가 줄어든 데다 대형 종합병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했다.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20년간 누적 적자는 1745억원에 이른다. 진료 일수가 적었던 올해 1월과 2월엔 월 의료 수익으로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부지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은 폐원의 목적이 아니다”며 “(추후 부지를) 어떤 형태로 운영하든 창출 재원은 모두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폐원 방침에 노조는 반발했다. 병원 노조 측은 “합의 없이 진료 종료 시점을 결정했다”며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병원 동문들도 성명을 통해 “서울백병원은 서울 근대화의 중요한 유산이자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이라며 “폐원 의결을 철회하고 미래 지향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