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서서히 안정되는 추세지만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 물가관리에 주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도시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전기·가스 요금에 대한 에너지 캐시백 지원을 확대한다. 이달 중 알뜰폰 5세대(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지원해 통신비 부담도 낮춘다.
정부는 4일 이런 내용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경기부양 기조로 경제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물가관리에 주력하겠다는 게 정부 측 구상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작년 5월부터 1년간 시행했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오는 8월까지 재도입한다. 유가연동보조금은 경유 가격이 기준금액(L당 1700원)을 넘을 때 초과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화물차, 버스, 택시 등 경유차량으로 생계를 잇는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자 이같은 조치를 마련했다. 정부는 또 압축천연가스(CNG)에 대한 연동보조금도 신설할 계획이다.
도시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원가부담 등 인상요인을 자체 흡수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상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 인상 시기를 미루거나 여러 기간으로 나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상반기 동결 실적 등에 따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와 특별교부세를 차등배분하는 방법도 추진한다. 중기·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는 연말까지 수도요금을 감면해준다.
에너지를 아껴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지원도 확충한다.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캐시백 단가를 기존 1㎾h(킬로와트시)당 30원에서 30~100원으로 상향한다. 가스요금 캐시백 지급 기준은 현행 7% 이상 절감률에서 3~5% 이상으로 완화하고 환급액도 늘린다.
대학생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도 포함됐다. 올 2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는 1.7%로 동결한다. 저소득층을 위해선 국공립대 등록금 수준 이상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의 대학생 패키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저렴한 알뜰폰 5G 중간구간 요금제 3종(54·74·99GB) 출시를 지원한다.
다음달 결정되는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폭은 최소화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을 5% 내외로 인하하는 등 의료비 부담도 경감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