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8일 07: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구조조정 투자를 검토할 땐 자산과 영업, 인력 등 세 가지 요소를 체크하는 게 핵심입니다."
윤석호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전무(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투자는 리스크가 높다는 편견이 있지만 투자 대상인 회사의 기초체력이 살아있다면 결코 위험한 투자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무는 구조조정 투자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삼정KPM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우리PE에서 경력을 쌓고 2016년 오퍼스PE에 합류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에 투자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구조조정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윤 전무는 "곤궁기를 버틸 자산과 턴어라운드를 이끌 영업력,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당장 처한 상황이 어려운 구조조정 대상 회사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없고,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해 영업력이 허술한 데다 우수한 인력까지 이미 유출된 기업은 구조조정 투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동성 파티 시절 몸집을 불렸으나 돈줄이 마르자 흔들리기 시작한 스타트업들이다. 윤 전무는 "스타트업은 구조조정 투자처로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라며 "경쟁 기업끼리 사업을 합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만 따로 떼어내는 방식으로 살길을 찾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투자 섹터는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관련 산업과 소비재 산업이다. 윤 전무는 "지금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국 사이클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며 "구조조정 투자 관점에선 좋은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비재 산업에 대해선 "자산과 영업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재 산업은 성장성이 높진 않지만 풍파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 늘 관심 있게 보는 섹터"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매물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무는 "다른 PEF가 들고 있는 매물이라고 해서 편견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가져와 더 잘할 수 있는 매물이라면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선 세컨더리 딜이 이미 흔한 일"이라며 "한국의 자본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갈수록 세컨더리 딜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무가 스스로 첫손에 꼽는 트랙레코드는 신한중공업이다. 신한중공업은 선박 거주구(데크 하우스)와 해양 시추설비 거주구(리빙쿼터) 등 해양플랜트 설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2007년 대우조선해양에 편입된 뒤 유가 하락과 플랜트 수요 축소로 2014년부터 손실을 보기 시작해 2019년 말 자본잠식에 빠졌다.
오퍼스PE는 NH PE와 함께 운용 중인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활용해 태화그룹과 손잡고 법정관리 상태였던 신한중공업을 2021년 8월 인수했다. 윤 전무는 "신한중공업이 울산에 가지고 있는 40만㎡ 규모의 유휴부지가 자산 가치로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며 "울산 지역이 조선업 기반이 탄탄하다보니 떠났던 인력은 금방 채울 수 있고, 조선업 사이클이 돌아오면 영업도 되살아나리라 판단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무의 판단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신한중공업은 투자금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대중공업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등 기초체력을 닦았다. 이후 조선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자 사업은 금방 정상궤도로 접어들었다. 오퍼스-NH PE는 태화그룹에 보유 지분을 팔고 1년 6개월여 만에 엑시트했다. 내부수익률(IRR)은 47%에 달했다.
윤 전무는 신생 PE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구조조정 투자 영역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 투자는 회생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딜 파트너로 법원을 상대해야 하는 등 아무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진입장벽은 높고, 돈줄이 마르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보니 구조조정 투자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