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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가 벤처투자 비중을 대폭 늘린다. 앞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PEF) 투자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그중에서도 더욱 고위험 투자로 꼽히는 벤처캐피털(VC) 출자를 늘리기로 한 것이.
앤톤 올리히 캘퍼스 성장·혁신 부문 투자 담당 이사는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운용 성과가 좋은 사모펀드 프로그램을 검토해보면 대부분 포트폴리오의 벤처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캘퍼스는 자산 4420억달러(약 590조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다. 캘퍼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PEF 부문은 현재 520억달러가량이고, 이중 벤처 부문 비중은 1%(8억달러)에 불과하다.
캘퍼스는 VC 출자금을 현재 8억달러에서 5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벤처투자는 중소 규모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모펀드 분야에서도 고위험 투자로 분류된다. 올리히는 "VC 투자는 (고위험인 만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긴축 시기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도 VC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벤처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부문은 (고금리 기조에서) 높은 자금조달 비용으로 인해 수익률에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VC는 레버리지가 없는 자산 클래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공동투자(co-investment) 방식으로 전환해 운용사에 수수료 및 성과급을 떼줘야 하는 비용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공동투자란 운용사가 기업 투자에 나설 때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함께 참여해 소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거래를 말한다.
캘퍼스의 이 같은 계획은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투자 부문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기업 크런치베이스에 의하면 지난해 벤처투자 부문에 유입된 자금은 총 4450억달러로, 2021년 대비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캘퍼스의 광폭 행보는 '잃어버린 10년'의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지난해 캘퍼스에 합류한 니콜 뮤시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09~2018년 10개년 연금계획에서 사모펀드 투자를 보류하기로 한 캘퍼스의 결정 때문에 최대 18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모펀드 투자 비중 확대 구상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캘퍼스는 올해 초에도 사모펀드 자산 배분 목표치를 8%에서 13%로 높인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