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챗GPT 등장 이후 나타난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진화하고 있다. 기업 ESG 평가에 AI를 활용하거나 탄소감축, 사회공헌활동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가 사회의 ESG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ESG 평판리스크 측정 모델인 ‘서스틴 레피’를 활용할 방침이다. 기업별 산업재해, 환경사고, 횡령 등 부정적 사건이나 탄소중립 선언 등 긍정적 사건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분석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비계량 요소가 많은 ESG 평가는 사람이 직접 할 수밖에 없어 분석의 정확도와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스틴베스트의 사례처럼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 적은 인력으로도 투자자와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인간의 주관 개입 여지가 줄어들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업들은 탄소배출 저감활동 등에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탄소배출 감소와 전력 효율화를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냉동기, 외기조화기(OAC) 등 주요 설비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에너지를 누적량 기준 3000GWh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S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탄소배출량 추적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SDS는 물류 예약, 운송, 트래킹, 정산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한 탄소배출량 추적, 데이터 분석 등의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물류사업에서 발생하는 전력량과 탄소배출 관리를 효율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회공헌활동에 AI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노인과 치매환자들을 위한 AI 돌봄, AI 콜서비스를 활용 중이다. 사회복지사들의 돌봄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노인 등이 긴급상황에 처하면 ‘살려줘’와 같은 말 한마디로 119와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연결돼 상황을 전달한다. KT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AI를 활용한 의료교육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의료진이 직접 방문해 교육하기 힘든 베트남 의료시설 등에 AI를 이용, 선진적 의료 기술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