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계 직역 간의 고질적인 갈등에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 모양새다.
정부는 그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돌봄 역할을 확대하는 제1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간호사 양성 확대, 필수의료의 간호인력 배치 기준 설정, 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업무 범위 제도화, 신규 간호사 임상교육체계 마련 및 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근무 형태 다양화, 간호사 중심의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 시범사업 실시 등 간호법의 내용이 대폭 담겼다. 간호협회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사 및 의료기관 등 다른 보건의료자원 정책 변화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독립된 간호법이 아니면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제공할 수 없고, 간호사 처우 개선이 불가능한가. 간호법 제10조에 명시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 규정과 다르지 않다. 간호법에 명시된 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 개선, 교육전담 간호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도 의료법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나. 간호협회의 설명대로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도 없이 독자 개원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법을 따로 만들 이유가 뭔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간호법 때문에 직역 간 유기적 협력이 중요한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겨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