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에 묶인 돈 풀려고…中 "은행 예금금리 낮춰라" 압박

입력 2023-04-25 15:04
수정 2023-04-25 15:34
중국 당국이 저축으로 묶인 돈을 시장에 풀기 위해 예금 금리를 낮추라고 은행들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금리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은행들에 예금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금리자율규제기구는 중국의 '금리 자유화' 조치의 일환으로 민간 은행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도록 한 회의체다.

당국은 분기 가중평균 정기예금 금리를 전년 동기 대비 10bp(0.1%) 낮출 것을 요청하고 일부 은행에는 고수익 예금 상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중국 4대 국영 대출기관 중 한 곳은 다음주에 일부 개인 및 기업 금리를 인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제로 코로나' 규제를 거두고 경기 부양에 나섰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들어가야 할 돈이 은행 저축에 묶여있다. 인민은행의 ‘2023년 1분기 도시예금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저축·투자 의향 중 ‘더 많이 저축한다’는 응답률이 58.0%로 가장 높았다. ‘더 많이 소비한다’와 ‘더 많이 투자한다’는 각각 23.2%, 18.8%를 차지했다.

중국 상업은행 연간 가계저축은 2021년 9조9000억위안에서 지난해 17조8000억위안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로이터는 "기업들이 부채 위험, 구조적 문제, 글로벌 경제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에 돈이 몰리는 데는 시중 은행 간의 '출혈 경쟁'도 한 몫 했다. 롱360 디지털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LPR)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0.6%p 감소해 3.65%까지 내려왔다. 반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같은 기간 2.26%에 머물렀다. 그 결과 은행의 예대마진율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저치인 1.91%를 기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