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종목들이 집단으로 하한가를 맞은 '블랙먼데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의 배경에 대해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이들 종목의 주가 흐름을 보면 일반적인 시장 거래가 반대매매를 촉발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일 누군가 매도 폭탄을 던져 주가를 급락시키는 일이 반대매매에 앞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도 폭탄을 던진 게 누구인지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이 25일에도 폭락하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오후 2시 기준)도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서울가스(-29.92%), 대성홀딩스(-29.97%), 삼천리(-29.99%), 다우데이타(-30.00%), 선광(-29.98%), 세방(-29.85%) 등이다. 하림지주(-15.50%), 다올투자증권(-12.40%)도 하한가까지는 아니지만 10% 이상 급락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에서 반대매매(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샀을 때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 폭탄 매물이 나와 주가를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왜 이들 종목에서 반대매매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고점 대비로 일정 수준 이상 떨어졌을 때 나오는데, 이들 종목의 주가가 전 거래일까지 그렇게 많이 떨어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선광, 하림지주의 주가는 해당 종목의 사상 최고가로부터 직전 거래일(21일) 종가까지 하락폭이 10%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우데이타(-18.14%), 세방(-16.89%), 다올투자증권(-15.36%)은 해당 종목의 사상 최고가 대비로는 10% 이상 떨어졌지만, 1개월 이내 단기 고점 대비로는 10%도 빠지지 않았다. 반대매매는 보통 주가가 고점 대비 20~30% 정도 빠지면 나오는데, 이들 종목은 아직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 심지어 선광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21일 종가가 사상 최고가인 상황이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차액결제거래(CFD)를 주선한 증권사가 당일 오전에 임의로 이들 종목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폭락시켰고, 이 폭락이 반대매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한 건 CFD를 주선한 증권사가 실제로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종목을 실제로 매수하지 않아도 투자자에게 추후 차액 결제만 해주면 법 위반이 아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CFD 주문을 받았을 당시에는 투자자의 돈에 자기자본을 더해 해당 종목을 실제로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주가가 너무 고평가됐다고 판단, 자기자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해당 종목을 대량 매도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 위반은 아니지만 고객의 손해를 직접적으로 야기했다는 문제는 남는다"며 "폭락을 예상했다면 선물 매도를 병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작전 세력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다. 한 언론이 24일 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문은 남는다. '작전'으로 주가를 올린 뒤 일시에 빠져나갔다고 보기에는 매도 체결 물량이 너무 적다. 예컨대 서울가스는 폭락 전 시총이 2조원 정도 되는 대형주였는데 24일 체결된 매도 물량은 61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조원 단위 대형주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작전 일당 가운데서 배신자가 나와 다른 일당이야 어찌되든 자기는 팔고 나가버렸을 수 있다"며 "작전 세력의 돈 중 일부는 아직 이 종목에 물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조작 일당 사이에서는 이런 배신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