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 올라탄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평균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 현대자동차·기아의 ‘낙수효과’에다 테슬라 폭스바겐 BMW 등 해외 거래처 다변화에 성공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다. 거래처 다변화로 체질 개선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현대위아 에스엘 서연이화 등 5개사의 올해 1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HL만도의 잠정 매출 합계는 21조746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총 8330억원에 달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1%, 40.3% 늘어난 규모다.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 가운데 지난 21일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HL만도는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조99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8% 늘어난 702억원으로 당초 컨센서스(680억원)를 웃돌았다. 작년 상반기까지 부품업계를 짓눌렀던 반도체 공급난과 물류비 급증 문제가 풀리면서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래처 다변화로 체질을 확 바꿨다는 평가다. 테슬라를 비롯한 북미 전기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며 관련 매출(4622억원)이 1년 새 27% 급증했다. 현대차·기아(32%)보다 다른 전기차 업체 관련 매출 증가율(63%)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HL만도의 1분기 현대차·기아 매출 비중은 50.2%로 2019년 59.3%, 2021년 55.5%에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라며 “거래처를 다변화한 업체들이 향후 더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음달 11일 1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2조1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영업이익은 585억원으로 91.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연간 매출은 9조802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9조원 돌파가 예측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폭스바겐 BMW 벤츠 등 독일 완성차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2위인 한온시스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수익성은 과제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차에 주로 납품하는 에스엘과 서연이화 등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모비스의 1분기 매출은 20.3% 증가한 13조6043억원, 영업이익은 43.8% 증가한 5564억원으로 추정됐다. 신영증권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출고가 올 1분기에만 75% 급증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매출(3조4000억원)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에스엘과 서연이화도 마찬가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에스엘은 올 1분기 각각 1조1093억원, 569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에스엘은 현대차가 모든 차종에 도입하고 있는 그릴램프를 납품하는 업체다.
다만 외형 성장에도 여전히 저조한 수익성은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 말 이들 6개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8%에 그쳤다. 올해는 소폭 상승해 연간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부품 시장의 부가가치가 소프트웨어와 2차전지에 주로 쏠리다 보니 대형 부품업체마저 비용 전가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