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것이 재미없고 새롭지 않다. 심지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 할수록 내 삶은 공허하고 지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가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처럼 더욱더 새로운 자극처를 찾아다니고 있다.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예전부터 새로운 공간이 오픈하거나 재밌는 콘텐츠가 있다고 하면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경험하는 편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선점하는 것에 묘한 쾌감까지 들었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경험을 늘려가다 보니, 내가 아직 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누군가가 했을 때 조급함마저 들기도 했다. 이제는 어딜 가나 서로의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어서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경험’이라는 포장으로 나를 압박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반드시 나도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그러한 심리를 일컬어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FOMO 증후군’은 요즘 사회에 만연해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진정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내 삶에 좋은 것일까? 삶에 있어서 많은 경험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쩌면 무분별하게 흡수하는 새로운 정보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슬며시 유튜브 링크 하나를 보내줬다.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채널이었다. ‘돈과 경험은 많을수록 좋은 걸까?’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영상 말미에 조승연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요.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당연히 큰 장점이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한테 안정감을 주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행복한 삶은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30%,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과 자신감 60~70%로 좋은 밸런스로 채워져 있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 그리고 자신감은 ‘나만의 확고한 기준’ 그리고 깊은 사색의 시간에서 흘러나온다. 새로운 정보를 취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지루하고 따분한 멍한 시간도 밸런스 있게 필요하다. 최근 들은 강연에서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에 한 연사가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제가 영감을 받는 방법은 머리를 비우는 거예요. 최대한 정보로부터 벗어나는 거죠.”
나도 당분간은 트렌드,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멀리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자극이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