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것만 잘 팔린다…양극화된 세계 미술시장

입력 2023-04-05 16:00
수정 2023-04-05 17:57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낙찰을 뜻하는 경매봉 소리가 '땅'하고 울려퍼지자, 기립박수 소리가 경매장 안을 가득 채웠다.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미국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1964). 1억9504만달러(약 2500억원)에 낙찰되면서 20세기 작품 중 최고 경매가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지난해 경매에서 신기록을 쓴 건 워홀 작품뿐만이 아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르네 마그리트 등 거장의 작품이 잇따라 초고가에 판매됐다. 바스키아의 '무제'(1982)는 작년 5월 필립스 경매사상 최고가인 8500만달러(약 1100억원)에 팔렸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1961)은 작년 3월 소더비 경매에서 7970만달러(약 1000억원)에 낙찰됐다. 마그리트 작품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불황 속에서도 전세계 미술 시장의 성장을 이끈 건 바로 이런 '초고가 작품'들이었다. 글로벌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사 UBS가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아트마켓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은 678억달러(약 89조원)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644억달러)보다 3% 늘어났다.

아트바젤·UBS는 "가격·지역별로 성장세가 분화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경매 시장에서 '가격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1000만달러 이상의 초고가 작품들의 매출은 전년보다 12% 늘어났다. 같은 기간 1000만달러 이하 가격대의 작품 매출이 모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1000만달러 이상의 작품이 전체 경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8%에서 2022년 32%로 증가했다.



국가별 미술시장 순위에도 변동이 있었다. 미국은 전체의 45%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그 뒤는 영국(18%)이 이었다. 2021년 2위였던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정책의 여파로 3위(17%)로 내려갔다. 한국은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영향으로 아트딜러 매출이 40% 넘게 늘며 점유율 1%를 기록했다. 한국이 집계에 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