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에…외화 예치금 두 달 만에 100억달러 증발

입력 2023-04-05 06:00
수정 2023-04-05 07:10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한달만에 증가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60억7000만 달러로 전월 말(4252억9000만 달러) 대비 7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증가하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한 차례 감소했다가 한달만에 증가 전환했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미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기타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해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화 가치는 전월 말 대비 2.8% 올랐다. 파운드화(2.7%) 엔화(2.5%) 등도 유사한 수준으로 가치가 올랐다. 달러화 지수(주요 6개국 통화 대상)는 102.14(한국시간 기준)로 2월말 104.67에서 2.4% 낮아졌다.

한은은 앞서 국회에 외환보유액의 72%는 달러로, 나머지 28%는 유로화·엔화 등 기타통화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자산별로 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75억9000만 달러)이 한달 전보다 30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현금에 해당하는 예치금은 241억4000만 달러로 한달 새 26억1000만 달러 줄었다. 전달 74억2000만 달러 감소에 이어 두달만에 100억 달러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별인출권(SDR·148억달러)은 전월 말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7억4000만달러)는 3억달러 증가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달과 같은 47억9000만달러였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2월 말 기준(4253억달러)으로 세계 9위다. 중국이 3조1332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260억달러)과 스위스(8982억달러), 러시아(5742억달러), 인도(5627억달러), 대만(5584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23억달러), 홍콩(4291억달러) 순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