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쇼티지'에…테슬라도 中 CATL과 '꼼수 합작'

입력 2023-03-31 17:49
수정 2023-04-30 00:02

포드에 이어 테슬라가 중국 CATL과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중국을 배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테슬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은 제조 기술만 협력하는 구조다. 미국 완성차 업체와 중국 배터리 기업 간 ‘밀월’이 꼼수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31일 테슬라가 CATL과 미국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백악관 측과도 이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후보 지역으로는 테슬라 공장이 있는 텍사스가 부상하고 있다며 입지도 거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르면 4월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와의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 머스크의 방중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처음이다.

테슬라는 지난 2월 포드-CATL 계약처럼 지분 100%를 자신들이 갖고 CATL로부터는 제조 기술을 받을 계획이다. 미국 기업의 외형을 갖춰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의해 제조된 배터리 부품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IRA를 우회하겠다는 꼼수다. 이런 배경엔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배터리 업체는 공급이 제한적인 이유가 크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금 전기차 경쟁의 핵심은 배터리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배터리 쇼티지’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완성차 업체들로선 한국 배터리 업체만 ‘원 벤더’로 두기엔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위험하다. 가격도 중국 업체가 더 싸다. CATL 역시 미국은 글로벌화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쪽이 어떻게든 IRA를 피해 손을 잡으려 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배터리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을 사업 기반으로 삼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자국 시장을 차지한 중국과 미국을 텃밭으로 한 한국이 중립 지역인 유럽을 두고 격돌하는 게 글로벌 배터리업계의 구도다. 그러나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 손을 잡기 시작하면서 이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절대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와 2위는 CATL(33.9%)과 BYD(18.2%)가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13.3%)은 3위로 밀렸고, 일본 파나소닉(10.4%)이 4위, SK온(5.5%)과 삼성SDI(4.9%)가 각각 5위와 6위다.

물론 미국 정부가 포드·테슬라와 CATL의 협력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CATL과 같은 기업이 중국과 미국에서 이중으로 지원받아선 안 된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를 키워야 하는 미국이 결국 협력을 승인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박한신/김리안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