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최고경영자(CEO) 선정 절차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KT는 윤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사회가 아직 사퇴요청을 공식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일단 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후보 상정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경영기획부문장 대행 가능성 윤 사장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당장 4월부터 KT는 '리더십 공백'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빈 대표이사 자리는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사장을 대행(KT정관)하거나, 구 대표가 임시로 임기를 연장(상법)하여 수행할 수 있다.
윤 사장이 추천한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KT 네트워크 부문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함께 폐기된다. 이에 따라 주총 이후 4월1일부터 KT는 사내이사가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임기가 남아 있는 사외이사는 3명 뿐이고, 나머지 3명은 임기 만료로 이번에 1년 연장안이 주총 의안으로 상정되었는데 이 방안이 통과될 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사내이사 '0명'..지배구조위원회 구성도 안돼 이 때문에 차기 최고경영자(CEO) 재공모 절차를 '누가' 수행해야 할지도 애매해졌다. KT 정관에 따르면 차기 후보 선정에 관여하는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사내이사가 없어지므로 정관에 나온 규정대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가 없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모두 사내이사 1명을 요구하고 있는만큼 4월부터는 위원회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가 없다.
노동조합 등은 아예 이사진이 모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