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근절될까…인적분할 재상장 심사때 개미 권익 따진다

입력 2023-03-22 14:56
수정 2023-03-22 14:57

한국거래소가 인적분할 재상장 심사 때 소액주주 보호 여부를 평가 요소에 반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인적분할 후 재상장 심사 시 자사주 지분율이 평균보다 매우 높거나, 인적분할을 앞두고 자사주 지분을 크게 늘린 기업을 중심으로 일반 주주 보호 방안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가져가는 물적분할보단 소액주주가 상대적으로 보호되는 기업 분할 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아지고, 소액주주 지분은 희석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시 기존 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의결권 있는 신주가 배정된다. 지배주주의 추가 출현 없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셈이다.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제강, 대한제강, 조선내화도 각각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인적분할 안건 표결을 앞두고 있으나 주주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년부터 2021년까지의 상장기업 인적분할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사주 마법을 이용한 인적분할과 이어지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인적분할 이전에 비해 각각 15%포인트, 11%포인트 증가해 지배력이 크게 상승했다.

거래소는 물적분할 재상장 심사와 유사하게 인적분할 재상장 심사 과정에서도 기업이 사전에 소액주주 간담회 등을 통해 주주 의견을 수렴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인적분할 재상장 신청 전에 주주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자사주 소각, 차등배당, 배당 성향 상향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 전후로 최대주주 지분율 변동 정도를 증권신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등 공시를 강화하는 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거래소의 이같은 조치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 비중이 미미할 수도 있는 만큼 거래소 조치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래소는 거래소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일 뿐,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필요한 근본적인 조치는 '자사주 마법'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