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일본 정부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우대국)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선제적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화이트리스트는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국가에 전략 제품을 수출할 때 허가 절차 등을 우대하는 제도다. 한·일이 2019년 8월 각각 상대방 국가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양국 기업은 전략물자 수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국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화이트리스트 복원’ 합의를 시도했으나, 자국 여론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일 정상은 기자회견에선 “상호 화이트리스트의 신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선 양국 정부가 시행령 또는 고시 규정을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누가 먼저 나서야 할지 양국 관료가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관계 정상화로 기대되는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경쟁력이 연계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하면 용인에 조성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대거 유치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LNG 분야도 유망 협력 분야로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세계 1, 2위 LNG 수입국”이라며 “양국이 ‘자원무기화’에 공동 대응한다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이 밖에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등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수주 △국내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 △ 일본 관광객 증가 등의 경제 효과를 기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