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계약 종료를 앞두고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리는 세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역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새 세입자를 들이지 못한 집주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인천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전달 대비 두 배 늘며 800건대를 기록했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에서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803건이었다. 직전달(403건)까지만 해도 400건대에 불과했지만 한 달 사이 두 배가량으로 폭증했다. 집값 급락에 따라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는 경기(798건)도 넘어섰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법원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따라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를 하더라도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인천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깡통전세’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수구 동춘동 ‘동남아파트’ 전용면적 52㎡는 올해 2월 2억1200만원에 새 집주인을 찾았다. 직전달 2억원에 체결된 전세보다 겨우 12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사례도 나왔다. 미추홀구 주안동 ‘석암2차’ 전용 45㎡ 전세 매물은 이달 6일 1억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9300만원에 매매 거래된 것보다 1500만원 비싸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이 낮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깡통전세의 위험성은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수석위원은 “인천은 노후 빌라가 많아 매매 수요가 적은 만큼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원래 크지 않았다”며 “최근 매매가가 더 하락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위험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