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특위 위원장 맡아달라"…안철수 "재충전 필요" 고사

입력 2023-03-13 15:43
수정 2023-03-13 15:44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안철수 의원과 13일 만났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어수선해진 당내 전열을 정비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원팀'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오후 2시부터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회동은 김 대표가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을 마친 뒤 나온 안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당심 100%로 했지만,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히기 때문에 특히 수도권 승리가 중요하다"며 "민심을 용산에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민심을 용산에 제대로 전달한다는 건 총선 공천권이 대통령실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냐'는 질문엔 "꼭 그것(총선 공천권)만 말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들이 앞으로 굉장히 많이 생길 것"이라며 "여러 사안에 대한 민심의 반응은 당이 더 잘 안다.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민심을 용산에 전달하는 것이 당의 역할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김 대표로부터 당내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받았으나, 이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지난 2년 동안 선거를 5번 치러서 많이 지쳐 있다. 아까 (김 대표가) 어떤 특위 위원장 말씀도 했지만, 어느 정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안 의원과 충분한 얘기를 많이 나눴고, '김기현 대표 체제'가 튼튼해지고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씀 주셔서 감사하다"며 "향후 중도 외연 확장 및 수도권 승리를 위해 안 의원의 경험과 노하우를 조금 더 정리한 뒤 만나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안 의원과는 앞으로 총선 압승을 위해 많은 공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에게 특위 위원장직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선 "사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국가가 되는 게 생존의 문제로 연결되는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과학기술 관련 특위를 구성하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안 의원이 지휘와 역할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이어지는 선거 때문에 많이 지쳐있어 재충전한 뒤 맡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 예정된 가운데, 김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협력 강화를 건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오는 14일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을 가진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도 만남을 추진 중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