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낸스, 한국 스타트업 베끼기 의혹…"아이디어 탈취당했다"

입력 2023-03-02 18:35
수정 2023-03-06 16:44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2일 발표한 서비스가 국내 스타트업 제품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이 나왔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인 ‘바이카소(Bicasso)’를 발표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서 “AI를 통해 창의적인 비전을 NFT로 전환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이카소가 국내 스타트업 스팀헌트가 개발한 ‘챗카소(Chatcasso)’와 이름과 구동 방식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챗카소는 작년 12월 바이낸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 플랫폼 BNB체인이 주최한 ‘BNB 체인 해커톤’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다.


스팀헌트는 곧바로 SNS를 통해 바이낸스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BNB체인의 해커톤에서 개발한 제품과 동일한 기능의 제품을 이름 첫 글자만 바꿔서 바이낸스가 공식 출시했다”며 “우리와 논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며 제품의 기능과 이름 유사성을 봤을 때 우리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팀헌트는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꾸준히 ‘디앱(탈중앙화 앱)’을 개발해왔다. 스팀헌트의 챗카소는 지난 12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된 BNB 해커톤 소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커톤은 정해진 기간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기업가 등이 모여 새로운 서비스, 앱 등을 개발하는 경진대회다. 바이낸스는 당시 해커톤을 개최하며 우승팀에는 투자까지 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스팀헌트 측은 챗카소를 활용해 자체 개발 중인 다른 서비스의 확장 기능으로 구현해 정식 출시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커톤에서 우승하며 바이낸스 측 담당자와 자세한 인터뷰도 했고, 관련 내용도 공식 블로그에 공개됐다”며 “바이낸스 해커톤에서 우승까지 했는데 너무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니까 도용됐다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챗카소가 사흘이라는 한정된 해커톤 기간에 개발된 데다 아이디어 자체가 특허가 될 수는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 관계자는 "비카소는 바이낸스 내의 팀이 시험 삼아서 만든 실험적인 프로젝트"라며 "내부 검토를 실시한 결과, 비카소는 BNB 해커톤 2주 전에 독자적으로 디자인됐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카소라는 이름은 화가인 달리의 이름을 딴 오픈AI툴 달리(Dall-E)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카피캣'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 탈취 공방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에는 KT의 AI 음성 합성 서비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가 네오사피엔스의 ‘타입캐스트’를 따라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LG유플러스의 집안일 해결 플랫폼 앱 'LG 홈인'은 생활연구소가 출시한 ‘청소연구소’ 앱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