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겁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의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을 접한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혀를 찼다. “누구 하나 제대로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고 했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설립된 것은 2012년이다. 리걸테크(법률기술) 시장을 혁신하겠다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법률 플랫폼을 내놨지만 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 등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변호사 단체가 처음 고발을 시작한 것은 2015년. 로톡은 지난 8년간 싸워야 했고, 결국 성장이 지체되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이번 희망퇴직 절차가 끝나면 로톡은 40명 규모의 작은 회사가 된다. 옳고 그름은 법으로 따진다. 로톡도, 변호사 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금지한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2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소식에 스타트업 업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로톡은 2015년부터 이어져온 소송전에서 기소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
법 전문가가 모인 변호사 단체 역시 결과를 예상했을 터다. 그런데도 불복 소송 제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의 말을 꺼냈다. 결국 노리는 것은 ‘시간’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투자해준 벤처캐피털(VC) 펀드 만기인 7~8년 이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기업공개(IPO)든, 인수합병(M&A)이든 길을 찾는다. 하지만 로톡은 대한변협 등과의 싸움에 ‘골든타임’을 보내야만 했다.
로톡이 사업을 끝까지 지켜온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창업자로선 지난 10여 년간 자신을 믿어주고 합류한 직원들과 투자사가 아른거릴 수 있다. 법률 플랫폼이 ‘불법’에 무릎 꿇을 수 없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변호사 단체의 압박에 로톡은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했다. 별다른 실익은 없었다. 공정위는 판단에 1년 이상의 시간을 썼다. 정부와 여당이 중재자가 되겠다며 지난달 회의를 열었지만 변호사 단체의 불참 통보로 흐지부지됐다.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 스타트업은 제풀에 지쳐 무너진다’는 선례만 남았다.
다음달 초엔 법무부 판단이 나온다. 로톡에 가입해 대한변협 등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이의를 제기해서다. 로톡은 이를 마지막 생존 분수령으로 여기고 있다. 응급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골든타임은 5분이다. 이제 마지막 30초 정도 남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