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털어놓고 돈 빌릴 사람 줄어"…코로나 이후 사회변화

입력 2023-02-12 11:14
수정 2023-02-12 11:15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정신적으로 고립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나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응답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 단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2일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Ⅸ)'(이태진 외)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의 '코로나19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6월18일~8월30일 전국 19~75세 남녀 394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큰돈을 갑자기 빌릴 일이 생길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존재하는지,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 우리 사회 구성원 간 상호 지지하는 수준을 살펴봤다.

그 결과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31%로 같은 항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7년의 71.51%보다 24.20%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는다는 응답 역시 작년 85.44%를 기록하며 2017년 91.54%보다 6.10%포인트 내렸다.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도 마찬가지로 떨어졌다. 지난해 67.98%를 기록해 2017년(83.64%)보다 15.66%포인트 낮아졌다. 이들 질문 모두에서 응답률은 상용직보다 임시 일용직에서, 소득이 적고 주관적 계층 인식(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낮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될수록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은 것이란 분석이다. 예컨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주관적 계층 인식이 '하층'인 사람이 72.00%로 '중상층·상층'인 사람의 92.44%보다 낮았다.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 역시 임시 일용직(55.18%)이 상용직(72.78%)보다 낮았다.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대답은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27.94%)가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62.40%)의 절반 이하로 적었다.

전반적인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를 얼마나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0점(전혀 받고 있지 않음)~10점(매우 많이 받고 있음)의 점수를 매기게 한 결과 평균 5.71점을 기록해 2017년의 5.94점에서 0.23점 하락했다.

임시일용직(5.09점), 소득 1분위(5.04점), 주관적 계층 '하층'(4.63점)인 경우 평균보다 낮았다.


이처럼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아진 것은 '마스크'와 '격리'로 상징되는 코로나19 시대 관계의 단절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관계 단절 속에서 사회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졌다"며 "개인의 심리적 회복은 점차 이뤄지고 있지만 상호 심리적 관계가 단절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