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8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있었지만 탄핵안이 처리된 것은 헌정사에 한 차례도 없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사이 의원단을 대상으로 탄핵 찬반 의견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해 80% 이상의 찬성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을 만나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에도 정부의 누구도 책임 있게 사과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며 “이제는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된 탄핵안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 보고됐다. 현행법상 탄핵안 표결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은 8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무위원 탄핵에는 본회의 참석 의원 절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의지를 보이는 데다 정의당(6석)과 기본소득당(1석)도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은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사상 첫 국무위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종적인 탄핵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결정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탄핵소추위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의원이 탄핵 심판을 방해하면 헌재에서 최종 탄핵 결정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요구하는 명백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을 입증하기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사례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세 차례인데, 이 중 헌재에서 최종 탄핵 결정이 나온 사례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에 이 장관의 품위 유지 의무 및 성실 의무 위반에 대해 자세히 작성했고, 헌재가 직접 자료와 의견을 요구할 권한이 있는 만큼 승산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탄핵 추진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장관은 법을 위반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는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비상식적인 탄핵을 추진하는 목적은 이 대표 방탄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무위원 탄핵은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상민 장관이 어떤 중대한 위반을 했는지 법률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탄핵이 추진되면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범진/원종환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