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0% 자사주 매입"…美 에너지기업 쉐브론의 통큰 결정

입력 2023-01-26 09:23
수정 2023-02-19 04:21

미국 에너지 기업 쉐브론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쉐브론은 이사회를 열고 750억달러(약 9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는 회사 시가총액(이날 종가 기준 3462억달러)의 약 22%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평균 자사주 매입액의 5배다. 이번에 결정된 자사주 매입 계획은 오는 4월부터 가동된다.

배당금도 늘린다. 쉐브론은 3월에 주당 배당금을 전 분기보다 6.3% 늘린 1.51달러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쉐브론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3.4%로 동종업계의 고배당주 중 하나인 엑손모빌(3.2%)을 추월했다. 대대적인 주주환원책을 공개하면서 이날 장 마감 뒤 시간외거래에서 쉐브론 주가는 2.75% 올랐다. 쉐브론 주가는 지난해 52.95%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170달러 중반에서 180달러 사이를 오갔다.

쉐브론이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결정한 이유는 호실적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쉐브론을 비롯한 에너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쉐브론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로 에너지기업들이 폭리를 취했다며, 이들이 생산 증대를 소홀히 하고 주주환원에만 집중한다면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에너지기업들의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안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한편 쉐브론은 27일에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