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지자 이달 4대 시중은행 신규 예금 예치액이 지난해 금리 고점(11월) 대비 50%가량 줄었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월 정기예금 신규 가입액은 18조6788억원(지난 17일 누적 기준)으로 금리가 연 5%를 넘어섰던 작년 11월 같은 기간(34조9700억원)에 비해 47%(16조2912억원) 감소했다. 특히 만기 1년 초과, 3년 이하 중장기 정기예금 신규 가입액은 고작 9486억원으로 11월 고점(5조1583억원)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은행 예금 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현재 연 3.67~3.95%로 모두 연 3%대로 내려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준거 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 예금 금리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실물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091~5.114% 수준까지 올랐으나 이달 20일엔 연 3.774~3.790%로 떨어졌다.
대형 은형뿐만 아니라 인터넷·지방은행에서도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로 주저앉았다. 케이뱅크는 지난 18일부터 ‘코드K 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연 4.7%(1년 만기 기준)에서 0.3%포인트 낮춘 4.4%포인트로 조정했다. 대구은행 ‘DGB함께예금’(연 4.75%), 부산은행 ‘더 특판 정기예금’(연 4.65%), 광주은행 ‘호랏차차디지털예금’(연 4.1%) 등 지방은행 정기예금도 일제히 연 4%대 초중반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예상 밖의 금리 하향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리 상승세가 올 한 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만기 3개월 이하 단기 예금 위주로 운용 전략을 짰는데 이제 만기가 돌아오는 여유자금을 재예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