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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실적 발표를 앞둔 미국 상장사들을 향한 월가 전문가들의 시선을 이같이 표현했다. ‘주식회사 미국’은 미국의 기업들과 경제 시스템을 뜻하는 단어다. 이번주부터 공개될 미국 기업 실적(지난해 4분기)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내놓을 올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 역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보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많이 반영된 금융회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선전한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이 의외로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실적 발표 앞두고 불안감 커져영국 투자은행 리버룸캐피털의 요하임 클레멘트 애널리스트는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연이은 실적 전망치 하향이 이번 실적 발표 기간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우려, 인플레이션으로 S&P500 기업들의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0%가량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부터 기업 상당수가 지난 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S&P500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1%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크게 악화한 수치다. 2021년 4분기 순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31%다.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드는 것도 2년여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실적 기대도 크지 않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S&P500 기업의 EPS 전망치를 230.51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제시된 예상치 241.20달러보다 4.4% 감소한 숫자다.은행주 부진 추정금융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클레멘트 애널리스트는 “금융사들의 작년 4분기 EPS는 전년 동기보다 12%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줄어서다. 인플레이션으로 기업 비용이 증가한 점과 높은 금리, 강(强)달러도 미국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높아진 비용을 기업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기업의 실적이 시장 추정치보다 좋지 못할 가능성도 NYT는 제기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에너지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63%다.
오는 13일에는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헬스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이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뒤를 잇는다. 시장에서는 12일 발표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주목하고 있다. CPI 상승률이 둔화한다면 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약해지면서 기업 실적 및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커져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